Production Notes

제작 노트

AI로 캐릭터·책·자동화 시스템을 만들면서 실제로 부딪힌 문제와 그걸 풀어낸 과정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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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가 새벽에 기사가 되는 이유

지자체 보도자료 몇 통이 매일 이메일함에 도착합니다. hwp 파일 하나, 사진 몇 장. 이걸 사람이 열어보고 옮겨 적고 관리자 페이지에 붙여넣는 일을 자동화하고 싶었습니다.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 메일이 오면, 사진이 있는 것만 골라서, 기사가 되어 사이트에 올라가게.

첫 번째 벽은 hwp였습니다. 자유단락으로 쓴 문서는 텍스트 추출 도구로 문제없이 읽혔지만, 어떤 기관은 보도자료 전체를 표(테이블) 레이아웃 하나로 만들어 보냈습니다. 같은 도구로 열면 본문이 통째로 사라지고 "<표>"라는 글자만 남았습니다. 결국 HTML로 변환한 뒤 태그를 걷어내고 줄바꿈 문자를 다시 찾아 붙이는 우회로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hwp라고 다 같은 hwp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벽은 메일 수신 자체였습니다. 일부 메일은 서버가 "성공"이라고 응답하면서도 내용을 빈 값으로 돌려줬습니다. 원인을 좁히는 데 시간을 꽤 썼는데, 결국 조회 방식을 바꾸는 것으로 해결됐습니다. 겉으로는 똑같이 성공한 요청인데,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방식이 따로 있었던 겁니다.

승인까지 마친 기사가 며칠째 "발행 대상 없음"만 반복해서 찍고 있었습니다. 로그를 다시 읽고서야 이유를 알았습니다.

세 번째 벽은 가장 허무했습니다. 발행 로직이 제목에서 지역 이름을 찾아 분류하는데, 지역 이름이 없는 제목은 그대로 분류에서 빠지고 있었습니다. 자동화 시스템의 함정은 대개 이런 자리에 있습니다 — 코드는 틀린 적이 없는데, 코드가 가정한 조건이 현실과 어긋나 있는 자리.

지금은 사진이 첨부된 보도자료가 도착하면, 문서를 열어 본문을 뽑고, 사진과 순서를 맞추고, 정해진 검수를 거쳐 사이트에 자동으로 올라갑니다. 사람이 하는 일은 두 가지만 남았습니다 — 이상한 게 있는지 가끔 로그를 확인하는 것, 그리고 발행 기준을 계속 다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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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 하나에 세계관 10권을 붙이는 이유

곰인형 하나와 토끼인형 하나로 이야기를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드는 유혹은 그림부터 그리는 것입니다. 저는 반대로 했습니다. 그림 대신 "이 캐릭터는 왜 위로가 되는가"부터 문서로 정리했습니다.

브랜드 바이블에서 시작해 세계관, 캐릭터, 스토리, 아트, 코믹, 애니메이션, 퍼블리싱, 머천다이즈, 비즈니스까지 — 10권짜리 체계로 나눠 하나씩 완성했습니다. 과한 형식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그림책 한 권만 만들면 그다음 웹툰을 만들 때 세계관을 다시 고민해야 합니다. 세계관만 있고 캐릭터의 말투 규칙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대사를 쓸 때마다 톤이 흔들립니다. 규칙을 먼저 문서로 박아두면 매체가 바뀌어도 같은 캐릭터로 남습니다.

캐릭터보다 감정을 먼저. 곰인형 '굿'은 행동으로 위로하고, 토끼인형 '잠'은 감정을 별로 바꿔줍니다.

이 역할을 먼저 정하고 나서야 외형을 그렸습니다. 순서를 바꿨다면 아마 예쁜 캐릭터는 나왔겠지만, 이야기가 캐릭터를 따라가지 못했을 겁니다.

그림책 4부작 원고를 다 쓰고 나서 삽화 128장을 채우는 과정도 있었습니다. 스타일 가이드 한 장을 먼저 만들어 색(남색·크림골드·더스티로즈)과 조형 규칙을 고정해두니, 이미지를 몰아서 생성해도 화풍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뒤로 이 세계관을 재료 삼아 짧은 웹게임도 하나 만들었습니다 — 새 그림을 그리지 않고, 이미 완성된 그림책 삽화 두 장만 재활용해서요. 자산을 미리 쌓아두면 다음 걸 만드는 속도가 달라진다는 걸 그때 알았습니다.

지금은 이 체계를 그대로 따라가며 그림책에서 웹툰, 애니메이션으로 확장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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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짜리 수업에 도구 9개를 욱여넣지 않는 법

"3시간 만에 나의 첫 AI 콘텐츠 완성하기"라는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정한 건 도구 목록이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참가자는 왕초보와 중급자가 섞여 있었고, 도구를 하나씩 순서대로 소개하면 절반은 지루해하고 절반은 헤맬 게 뻔했습니다.

그래서 도구를 기능이 아니라 결과물의 흐름으로 묶었습니다. 글(텍스트 도구 다섯 가지) → 이미지 → 영상·자막·음성 → 배경음악 → AI 영상 생성, 총 아홉 개를 "콘텐츠 하나가 완성되는 순서"로 배치했습니다. 도구 목록이 아니라 제작 과정처럼 느껴지게 하는 게 목표였습니다.

만들고 끝나는 수업이 아니라, 만든 다음 단계가 있는 수업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수업 마지막에는 일부러 판매나 홍보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오늘 만든 걸 어디에 올릴 수 있는가"만 짧게 짚었습니다. 완성한 영상은 숏폼 카테고리로, 완성한 전자책은 웹소설·IP 확장 트랙으로 — 결과물의 성격에 따라 갈 곳을 다르게 안내했습니다.

강의안과 별개로 참가자용 핸드아웃을 A4 세 장으로 따로 만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현장에서는 손을 움직이는 데 집중하고, 도구별 사용법은 나중에 펼쳐볼 수 있게 종이로 남겨뒀습니다. 3시간이 끝나고 나서도 다시 펼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그날의 결과물이 그날로 끝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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